오늘은 각종 SNS에 자동으로 뜨는 알고리즘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무심코 시작된 실험: 추천 알고리즘의 힘을 체감하다
우리는 매일같이 콘텐츠를 소비한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 켜는 유튜브, 잠들기 전 넷플릭스 한 편, 짧은 휴식 시간에 넘기는 틱톡.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고 있는 건 과연 내가 선택한 것일까, 아니면 알고리즘이 선택해준 것일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간단한 실험을 시작했다. 유튜브에서는 특정 키워드(예: “미니멀리즘”, “재테크”)만 검색하고 시청하기, 넷플릭스에서는 추천 콘텐츠를 무조건 ‘재생하기’, 틱톡은 첫 화면에 뜨는 영상을 계속 넘기지 않고 시청하기. 단 2주 동안만 그렇게 해도 내 취향과 소비 패턴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았다.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났다. 유튜브에서는 홈 화면이 순식간에 ‘절약 노하우’, ‘정리 브이로그’, ‘부업 아이디어’로 도배되었다. 넷플릭스는 로맨스 영화나 액션 드라마보다는 비슷한 주제의 다큐멘터리를 연이어 추천했고, 틱톡에서는 1분 남짓한 짧은 자기계발 영상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이때 깨달았다. 알고리즘은 단순히 내 취향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나의 취향을 형성하고 확대한다. 내가 한두 번 본 콘텐츠가 ‘취향’으로 해석되고, 그 결과 유사한 콘텐츠가 계속 노출된다. 즉, 내 클릭 하나가 미래의 시청 습관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추천 알고리즘이 만든 ‘취향의 방’과 그 한계
실험을 이어가면서 느낀 건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강력한 몰입감이다. 내가 원래 관심 있었던 분야와 유사한 콘텐츠가 계속 제공되니, 마치 내가 세심하게 큐레이션된 맞춤형 전시회를 걷는 기분이었다. 집중도는 올라가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간다.
하지만 동시에 ‘취향의 방’에 갇히는 느낌도 강했다. 넷플릭스에서 추천된 다큐멘터리를 보느라, 평소 좋아하던 SF 영화는 거의 보지 않게 되었다. 유튜브에서는 내가 구독하던 음악 채널 대신, 새롭게 뜬 ‘재테크 영상’이 우선순위를 차지했다. 틱톡은 더 극적이었다. 처음 며칠은 재미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비슷비슷한 자기계발 문구와 음악이 반복되면서 지루함과 피로가 몰려왔다.
즉, 알고리즘은 ‘선택의 자유’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선택지를 좁히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내가 좋아할 만한 것만 보여주니 만족감은 커지지만, 동시에 새로운 세계를 만날 가능성은 줄어든다.
이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고 부른다. 내가 좋아하는 정보만 보여주고, 다른 가능성은 차단되면서 결국 좁은 세계 안에서만 살게 되는 현상이다. 온라인에서의 다양성이 점점 사라지고, 나도 모르게 편향된 시각을 가지게 될 위험이 있다.
결국 나는 실험 중반에 일부러 알고리즘이 추천하지 않는 콘텐츠를 클릭했다. 유튜브에서는 전혀 관심 없는 요리 영상, 넷플릭스에서는 인기 순위와 무관한 외국 독립 영화, 틱톡에서는 해외 사용자들의 브이로그를 의도적으로 시청했다. 그러자 조금씩 추천 패턴이 달라졌다. 그제야 느꼈다. 알고리즘을 소비하는 주체는 결국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리즘과 함께 살아가는 법: 주체적인 소비자의 태도
실험을 마치며 얻은 결론은 단순하다. 알고리즘은 무조건적인 ‘악’도 아니고 ‘선’도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도구일 뿐, 문제는 내가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먼저, 알고리즘을 인식적으로 활용하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특정 목표(외국어 학습, 운동 루틴)를 세우고 관련 영상을 집중적으로 보면, 알고리즘이 그 목표 달성을 도와주는 강력한 개인 교사 역할을 한다. 넷플릭스 역시 새로운 장르를 시도할 때 의도적으로 다양한 작품을 선택하면, 추천 목록이 균형을 되찾는다. 틱톡도 단순 오락에서 벗어나 특정 취미나 관심사를 탐구하는 채널로 만들 수 있다.
둘째, 알고리즘의 편향을 주기적으로 깨뜨리는 습관이 필요하다. 매달 한두 번은 전혀 관심 없는 분야의 콘텐츠를 일부러 찾아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편향을 조금은 완화할 수 있다. 내가 직접 ‘변수’를 넣어주어야 세계가 넓어진다.
마지막으로, 오프라인 경험과 균형 맞추기가 중요하다. 아무리 맞춤형 추천이 편리해도, 실제 사람과의 대화, 서점에서 우연히 집은 책, 현장에서 만나는 경험은 알고리즘이 제공할 수 없는 영역이다. 나를 ‘데이터’로만 해석하는 알고리즘과 달리, 오프라인 세계는 우연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주는 신선함을 안겨준다.
이번 실험은 내게 분명한 교훈을 주었다. “알고리즘은 나를 알아서 이끌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알고리즘을 이끌어야 한다.” 결국 알고리즘과의 관계는 소비자가 얼마나 주체적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유튜브, 넷플릭스, 틱톡은 오늘날 우리의 여가와 정보 소비를 지배하는 거대한 플랫폼이다. 그 중심에는 알고리즘이 있다. 이번 실험을 통해 나는 알고리즘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나의 사고, 취향, 생활 습관을 형성하는 거대한 힘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반드시 나를 구속하는 굴레일 필요는 없다. 의식적인 선택과 균형 잡힌 태도만 있다면, 알고리즘은 나를 갇히게 하는 벽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